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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세계 최초 위암 항암효과 예측 검사법 개발한 정재호 연세암병원 교수

김세영
입력 : 2018-08-28 17:57 수정 : 2018-08-28 17:57
세계 최초 위암 항암효과 예측 검사법 개발한 정재호 연세암병원 교수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김세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우리나라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발생 1위는 위암이다. 특히 위암은 증상을 찾기 어려운 다빈도암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40세 이후부터 2년에 한 번씩 내시경이나위 투시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과거 서양인의 위암 발병률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였지만 수십 년 동안 빈도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금껏 주로 서양에서 암의 원인이 밝혀진 사례가 많은데 발병률이 떨어지니 위암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진들은 위암의 위험요인을 찾고 관련 치료법을 개선해가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위암은 일반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질병 인데다가 항암치료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수술은 침습(侵襲)적 방법 이여서 수술 후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최악의 경우까지 환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한다. 그런데 수술에 앞서 환자나 보호자들 대부분은 항암치료에 대해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당장 전신 마취하고, 위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앞둔 상황에도 그 이후를 더 걱정한다. 수술은 환자가 결심한 순간부터 길어야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안에 끝나지만, 항암치료는 짧아도 6~8개월 길면 1~2년이 소요되니 그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하다. 
 


 

세계 최초로 불필요한 ‘위암 항암치료’ 선별기술 개발 
 

2~3기 진행성 위암환자들의 항암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항암효과 예측 검사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암병원 위장관외과 정재호 · 노성훈 교수팀은 2000∼2010년 위암 환자 2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암 관련 특정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분석하면 항암제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저명 의학저널인 <란셋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소개됐다.

 

위암에서 항암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분자진단 기술을 개발한 것은 세계 최초다. 앞서 표적치료 항암제의 저항성, 감수성을 보는 검사법은 몇몇 개발됐지만, 세포독성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분자테스트를 개발해 검증까지 완료한 것은 이 검사법이 처음이다. 세계 3대 임상저널인 란셋에 게재된 데에는 높은 수준의 검증이 뒤따랐기에 가능했다. 지금껏 가장 성공적인 테스트는 유방암 재발을 예측하는 유전자 테스트인 온코타입DX(Oncotype DX)인데 이조차 항암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데는 실패했다. 해당 검사법은 머신러닝 기법과 바이오인포매틱스 (bioinformatics · 생물정보학)와 같은 알고리즘을 적절히 사용해 개발됐으며, 나아가 왜 항암제에 반응하는지 그 특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탐구해 유전자 발현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최종적으로 얻은 분자 아형 각각의 발현 패턴에 따라 항암제가 효과 있는지 고급통계분석 기법을 통해 검증해냈다. 
 

 


 
‘기술의 핵심… 치료하지 않음으로써 치료한다’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A 수술보다 항암치료를 걱정하는 환자들을 보고 처음에는 의아했다. 암 진료를 15년 이상 해보니 이유를 알게 됐다. 항암치료는 일종의 ‘스티그마’(stigma)라고 할 수 있다. 수술은 복강경 기술 발전으로 겉으로 표가 나지 않지만 항암치료는 전후가 확실히 다르다. 탈모는 물론 일단 상대에게 ‘아파 보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환자 입장에선 사회와 격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10년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마침 2012년 클래식 (CLASSIC)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위암에서의 항암치료가 수술후 예후를 증진시킨다’는 결과였다. 1000명 환자를 500명씩 나눠 한쪽은 항암치료 없이 수술만 하고, 다른 한쪽은 수술 후 8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했다. 3~5년 추적 관찰 결과 10% 정도만 생존율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수술 받은 위암 환자를 항암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치료에 반응할 만한 환자만 선별해 치료하고, 항암치료를 안 해도 되는 환자들은 처음부터 치료를 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연구설계에 들어갔다. 
 

 

Q 아이디어가 란셋에 게재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A 대부분 의학 연구가 전향적인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이상 기간이 길지 않다. 보통 아이디어 나오면 자료 분석한 뒤, 논문 써서 투고한 다음 출간될 때까지 짧으면 1~2년에서 길면 3~4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기획하고 실제 투고까지 8년 이상 걸렸다. 첫 번째 투고 에서 게재되기까지 1년이 더 걸렸다. 
 

 

Q 기존 발표된 클래식(CLASSIC) 임상시험 결과의 맹점은? 
 
A 클래식 임상시험 결과를 바꿔 말하면 환자 10명 중 6명은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모든 환자들에게 항암치료를 해봤자 10% 정도의 생존율(P밸류 0.05 이하)만 증가할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이유는 60%를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표준진료지침에 따르면 2~3기 위암 환자는 항암치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생존율이 증가하니 모두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암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에게 약을 줄 수밖에 없다. 암은 다른 질병과 치료 철학이 다르다. 60%는 불가피하게 항암치료에 노출되더라도 나머지 40%를 위해 같이 치료를 받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60%가 누군지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 60%에겐 감별을 통해 약을 주지 않고 수술만 하면 된다.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더 큰이슈다.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결국 항암치료를 받느냐 안 받느냐 여부이기 때문이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2∼3기 진행성 위암 환자의 증상은 대체로 어떠한 특징이 있나? 
 
A 위암의 증상은 비특이적이다. 예측 기술이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방암의 경우 멍울이 잡히기 때문에 자가촉진을 할 수 있지만 2~3기 위암은 조기랑 비슷하게 특이한 외적 증상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소화불량이 있어 조기에 알아내기 힘들다. 체중이 빠지 거나 구토를 하거나 복수가 차는 등 증상 및 징후가 있다면 벌써 손을쓸 수 없는 단계다. 2~3기 위암은 덩어리가 크지 않아 절제할 수 있다. 
 

 

Q 연구 과정을 소개해달라.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A 2~3기 위암 환자들이 전부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면 안 받아도 되는 환자를 어떻게 구분하냐는 게 문제다. 흔히 의학적으로 특정 바이오마커(bio-marker ·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항암치료를 권장하고 없으면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지난 20~30년간의 연구결과였다. 그런데 위암의 경우 소규모 연구는 몇있었지만 검증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임상에서 항암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진단법을 개발한다면 그 진단법은 반드시 검증 가능해야 한다. 검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했다.

 

우선 2016년 세계 최고 임상저널 중 하나인<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는데 공부를 많이 했다.

 

유전자들을 검출하는 방법이 분석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분석적 검증(Analytical Validity)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임상적 타당성 (Clinical Validity)인데 실제 환자들 임상적 결과나 관심 있는 지표 들, 예를 들어 바이오마커가 검출되면 생존율이 높다든지 항암제에 반응한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 임상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임상적 유용성(Clinical Utility)이다. 분석적 · 임상적 검증을 완료해 유전자를 찾아내더라도 유전자 검사 전후에 환자의 임상 치료 결과가 전혀 나아지는 것이 없다면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세 단계 검증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검사법을 개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연구 디자인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를 해 분석적 · 임상적 검증을 하려면 개체 수가 많아야 한다. 유전자 발현 검사를 한 종양 조직이나 환자 정보가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진도 데이터를 생성하고 여기에 공개된 유전체 분석 결과를 검토해 총 2800개 정도의 데이 터를 찾아냈다. 어려웠던 점은 유전자를 어떻게 실제 임상에서 쓸 수있느냐였다. 종양 조직에서 총 2만3000개 유전자 분석을 한다고 해도 그 중 실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모든 기준을 만족하는 유전자가 도대체 몇 개인지 찾는 과정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줄기세포형 위암 환자 위한 국산 신약개발 추진할 것” 
 

 

"이제는 환자에게 ‘몇 %확률로 항암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을 해줄 수 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항암치료 예측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패턴을 분석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A 최종적으로 위암의 분자아형을 면역형(Immune subtype), 상피 세포형(Epithelial subtype), 줄기세포형(Stem-like subtype)으로 나눠 유형화한 것이 핵심이다.

 

3가지 아형 모두 흥미롭다. 면역형은 우리 몸에 면역세포가 활성 화돼 있으면 예후가 굉장히 좋다. 쉽게 말해 면역세포들은 종양세 포들을 살상한다. 반면 이런 경우에는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흔히 사용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면역세포를 포함한 분열하는 모든 세포들을 죽인다. 그냥 놔두면 면역세포가 알아서 작용하는 데, 도와준다고 항암제를 처방하면 면역세포들까지 죽으니 예후가 오히려 나빠지는 것이다. 항암치료를 안 해도 예후가 좋은 군이다.

 

줄기세포형은 세포분열을 잘 안한다. 전이를 하기 때문에 예후도 나쁘다. 항암제는 세포분열을 억제하는데 분열은 하지 않으니 항암제를 써봤자 효과가 없다. 모근세포, 장 상피세포, 골수세포 등은 분열 하기 때문에 항암제 부작용이 일어난다.

 

항암제는 기본적으로 증식을 억제한다. 증식을 많이 할수록 항암제 효과가 있다. 상피세포형은 증식을 많이 하는 분자 아형이다. 상피세 포형에선 세포들이 성장하고 분열하는데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높다. 때문에 이들만 항암치료를 했을 때 반응하는 것이다. 
 

 

Q 해당 기술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A 환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은 항암치료에 대한 공포다. 실제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환자들에게 ‘몇 % 확률로 항암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을 해줄 수 있다. 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 위암 치료비가 급여만 3000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이 중 60% 이상이 항암치료 비용이 다. 매년 2000억원 가량의 항암치료 비용 중 불필요한 절반은 아낄 수 있다. 
 

 

Q 현재 후속 연구 또는 논의 중인 연구가 있나? 
 
A 검사법은 현재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신 의료기 검증단계에 있다. 적응증을 더 넓혀 모든 위암 환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1기와 4기까지 확장하려 한다. 예를 들어 1기 위암 환자 생존율은 90%인데 지침상 항암치료를 안 한다. 그러나 만일 예후가 나쁜데 상피세포형이 라면, 비록 1기 위암이라 하더라도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권장할 수있을 것이다. 이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4기는 수술하지 않고 항암치료부터 진행한다. 그 환자들이 만일 줄기세포형이라면, 항암치료 대신 표적 · 면역 · 방사선 등 다른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는 일단 세포독성항암제부터 썼지만 1차 치료를 선정하는 근거를 새롭게 마련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국립암센터, 영남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연구자들과 후속 연구를 논의 중이다. 몇몇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연구참여 의)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Q 해당 연구가 진행되기 위해 더 필요한 건 무엇인가? 
 
A 현재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바이오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신약개발 및 바이오 · 의료 쪽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번 검사법은 아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승인이 남아 있다. 좋은 기술이 개발됐음에도 국가가 시행하는 절차 과정이 길고 복잡해 기다리는 환자들에겐 솔직히 답답한 부분이 있다. 심의 · 절차를 일원화하거나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 모여 동시에 일을 병행한다면 속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Q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A 진단만 하는 의사보다 치료하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진단조차 제대로 못 했다. 이제는 위암 환자 중 누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으니 그 다음은 치료제 개발 이다. 줄기세포형 위암 환자들을 위한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다. 실험실과 바이오벤처기업 간 산학협력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약 대부분은 국산이 아닌 수입품이다. 우리의 의학지식과 제품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ksy1236@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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