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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치매 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다 '이대목동 로봇인지치료센터'

김성화 기자
입력 : 2019-06-17 10:55 수정 : 2019-06-17 10:55

 

그림=123RF

 

[헬스앤라이프 김성화 기자] 치매는 치명적인 병이다.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얼마 전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는 치매를 앓는 환자의 삶과 가족의 고통을 그려내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것은 드라마 속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75만 명의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겐 현실이다. 치매를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다. 지난 4월 15일 이대목동병원은 국내 최초로 로봇인지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최첨단 ICT기술과 로봇을 활용한 체계적인 인지중재치료를 통해 치매 예방의 새로운 전기를 열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 ‘로봇인지치료센터’
로봇인지훈련 효과 입증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 개소식
사진=이화의료원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치매 환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739만 명 중 치매환자는 75만 명으로 노인 10명 중 적어도 1명은 치매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2024년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 이르면 302만 명이 치매를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해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74만 원으로 국가적으론 14조 6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적 부담으로 직접 환자를 돌보기 위해 부득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환자 간병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둔 보호자는 14%, 근로시간을 단축한 비율은 33%였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상당하다. 문제는 이 부담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해 되돌리는 것은 물론 병의 진행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치료법 조차 없다. 현재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메만틴 등의 약물을 통해 치매의 진행의 속도를 늦추는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약의 부작용에다 증상을 근본적으로 호전시키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치매의 위험이 있어도 치매 판정이 나지 않으면 약조차 급여로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비약물적 치매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김건하 로봇인지치료센터장은 지난 2015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로봇 인지 훈련 프로그램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로봇을 활용한 인지 훈련이 뇌 피질 두께가 얇아지는 것을 늦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국내 로봇 제조업체인 로보케어와 함께 인지중재치료용 로봇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5일 이대목동병원은 국내 최초로 ‘로봇인지치료센터’를 개소하며 기존 약물에 의존하던 한정된 치매 치료에서 더 나아가 최첨단 ICT기술과 로봇을 활용한 치매 예방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
사진=이화의료원

 

 

로봇 활용한 ‘인지중재치료’
얼굴 인식으로 1대 1 맞춤형 훈련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치매 고위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한다. 신경과 전문의와 인지중재치료 전문가가 치매 고위험 환자들의 인지검사 결과를 분석해 인지 영역 집중 훈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 환자들은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1주일에 1~2회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하고 로봇인지치료센터를 방문해 본인의 인지 능력에 따라 맞춤형으로 준비된 프로그램으로 1시간 가량 훈련을 한다.

 

훈련을 마치면 인지중재치료 전문가가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3~7일치 홈 케어 인지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지중재치료 전문가와 신경과 전문의는 4~6회 마다 환자의 인지 능력을 점검해 인지중재치료의 효과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치료 및 계획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와 상의한다.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인지중재치료의 흥미와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에서 활용되는 손자 로봇 ‘보미’는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한다. 다양한 인식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로봇을 손자처럼 키우는 개념을 활용해 환자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인지 기능을 훈련시킨다.

 

‘보미’는 환자에게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기억해서 밥을 주게 히고(미래 기억 훈련), 같이 시장을 보러가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보미’가 원하는 옷을 기억하고 맞게 입혀주거나(시공간 능력 훈련), 같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낚시를 하는 취미 활동(집중력 훈련)을 함께 할 수 있다. 총 20종류의 로봇 인지훈련 프로그램이 1~10단계로 준비돼 있어 환자의 인지능력에 따라 난이도를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다.

 

그동안 치매 관련 기관에서 제공되는 그룹형 인지중재치료의 경우 환자의 인지 장애 수준과 학력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고려 요소가 많아 환자 맞춤형 치료나 훈련을 제공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로봇인지치료센터에서는 1대 1 개인 맞춤형 인지 훈련 프로그램 제공을 기본으로 한다. 개인별로 다른 난이도를 제공해 본인의 인지능력에 맞는 훈련을 진행할 수 있어 치료 능률 향상의 장점이 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로봇 인지 훈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스마트 패드, 챗봇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킨 최첨단 인지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로봇인지훈련 대규모 임상연구 계획
뉴질랜드 환자 대상 연구도 진행

 

치매노인의 돌보미나 교감을 나누는 로봇이 아닌
인지치료가 가능한 로봇은 보미가 최초다.
사진=이화의료원

치매 환자를 위한 로봇 개발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 리카가쿠 연구소의 ‘로베어’, 프랑스 로보소프트의 ‘마리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로봇들은 주로 치매환자의 돌봄을 보조하거나 정서적 교감을 위한 로봇이다. 실제로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 로봇은 이대목동병원이 개발한 로봇이 최초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치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센터는 기존 연구의 규모를 확대해 12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로봇 보미를 통해 인지훈련을 한 환자들의 뇌 활성도의 변화를 MRI 검사로 비교 분석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영미권 해외 환자들의 인지 훈련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셀린시니어센터에서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를 해외 진출에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산업자원통상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국내외 여러 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초고령자들의 뇌인지 건강 향상을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능력 강화 훈련 챗봇 콘텐츠’를 개발해 챗봇 개발 회사인 (주)하이와 기술 이전 협약을 맺었다. 현재 서울시 양천구, 강서구, 서대문구 등 3군데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챗봇 활용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다.

 

 

 

 


[MINI INTERVIEW] 이대목동병원 김건하 로봇인지치료센터장

“로봇인지치료의 빅데이터 확보해 AI 기술 발전시킬 것”

 

지난 2017년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포했다. 이에 다양한 의료기관과 연구소들이 치매 예방을 위해 현재의 인프라 안에서 대책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건하 센터장은 인지중재치료와 로봇, ICT 등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치매 예방 모델을 제시했다.

 

“치매의 근원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로봇인지치료실에 대한 필요성을 병원에 적극적으로 피력했고 이를 병원에서 수용해 센터를 개소하게 됐습니다.”

 

인지중재치료는 지난 2017년 7월 복지부 ‘신의료기술’에 등재되며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아직 환자들에게는 낯선 치료다. 심지어 로봇 활용에 대해 의문을 갖는 환자들도 있다.

 

“기존 인지치료는 인지장애 수준과 학력 등이 각각 달라 환자 맞춤형 치료나 훈련을 제공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지치료에 로봇을 활용하니 이 같은 문제기 상당수 해결됐고 치료 능률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생소한 로봇에 인지치료에 대한 적응이 잘 이뤄질까 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예상외로 순조로운 진행을 보였습니다. 환자들의 흥미유발 효과가
가장 컸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치매의 전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예방치료가 중요하단 의견을 내놓고 있어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환자의 표정이나 수면상태, 활동량 등을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추적해 환자의 정서 등을 빅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환자를 개별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하면서 1만~2만 명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인공지능 기술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ksh2@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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