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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듣는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사상판 변형 검사, 녹내장 의심 환자 관리에 큰 파급력 줄 것”

김성화 기자
입력 : 2019-07-09 09:43 수정 : 2019-07-09 09:43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사상판 변형과 시신경 섬유 손상 위치가 일치함을 확인해 녹내장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헬스앤라이프

 

[헬스앤라이프 김성화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58만 명이었던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 수는 2017년 87만명으로 5년만에 약 50% 증가했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가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지만 최근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의 수가 증가한 것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건강검진이 늘면서 녹내장의증 환자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녹내장의증 환자가 모두 실제 녹내장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치료 시기를 판단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에겐 어려움이 있었다. 일각에선 녹내장의증 환자의 치료를 두고 과잉진료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건 최근 녹내장의증 환자의 치료와 시기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사상판 변형과 시신경 섬유 손상 위치가 일치함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녹내장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Q   사상판 변형 부위와 시신경 손상 부위의 상관 관계를 입증했다.

 녹내장은 발생할 때 시신경이 통째로 다 손상되는 것이 아니라 국소적으로 손상돼 점점 퍼져나간다. 예전부터 사상판 손상이 녹내장의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그게 살아있는 사람에서 증명 되진 않았다. 이번 연구는 시신경 손상 부위와 사상판이 휘어진 부분을 비교해 녹내장이 사상판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Q   그동안 이 같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뭔가.

A   불과 1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상판을 볼 방법이 없었다. 이전에는 녹내장을 앓았던 시신의 눈을 적출해 관찰하거나 안압을 높인 원숭이의 사상판을 비교해 녹내장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2011년 우리 연구팀이 원래 다른 용도로 개발됐던 EDI(Enhanced Depth Imaging)를 처음으로 눈에 적용해 살아있는 사람의 눈에 있는 사상판을 처음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고 이번 연구가 진행된 것이다.

 

Q   이번 연구는 어디서 착안한 것인가.

A   모든 과학이라는 게 그렇듯 시작은 아이디어였다. 사상판이 녹내장과 관련이 있다면 시신경 손상부위와 사상판 손상부위가 일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고 연구를 진행해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Q   연구결과를 얻기 까지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A   연구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는 사상판 손상 확인 방법을 인정받기까지가 어려웠다. 그전까지는 사상판 깊이를 통해 손상 정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사상판 깊이는 맥락막 끝에서부터 측정하기 때문에 맥락막 자체가 두꺼우면 사상판이 안 휘어있어도 깊게 측정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처음에 몇 개의 방법을 제시했지만 다른 학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3~4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사상판의 곡률을 보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존 방법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녹내장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녹내장의 악화 속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서 이번 연구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Q   이번 연구는 원발개방각녹내장(POAG) 중에서도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80%가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다. 녹내장의 기본적인 이론은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이 압력을 받아 손상해 시력을 잃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 안압 녹내장은 이러한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여러 과일이 담긴 과일바구니같다. 결국 시신경이 망가진다는 결과는 똑같아서 같은 질환으로 묶여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여러 과일이 담긴 과일바구니같다. 결국 시신경이 망가진다는 결과는 똑같아서 같은 질환으로 묶여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안압이 정상임에도 사상판 변형이 일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가설이 있다. 사상판 뒤 압력은 뇌척수액압과 같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안압은 10~21mmHg이 정상이고 뇌척수압은 5~15mmHg까지가 정상범위다. 이 두개의 압력이 같으면 사상판은 휘지 않는다. 그런데 앞이 15mmHg인데 뒤가 5mmHg라면 정상 안압이라 할지라도 10mmHg의 압력차이로 사상판이 휠 수 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의 뇌척수액압이 낮다는 데이터가 발표되기도 했다. 또 눈이 균일한 원의 모양이 아닐 때 특정 부위에 안압이 쏠릴 수 있다. 풍선을 생각하면 튀어나온 부분에 우선적으로 바람이 집중되듯이 눈도 그럴 것이라 추정한다. 그래서 안압이 15mmHg라도 특정 부위에는 압력이 증폭되고 이에 사상판변형이 온다는 가설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상판 자체가 약하다면 작은 압력에도 쉽게 휠 수 있다.

 

Q   근시와도 관계가 있나.

A   관련이 있다. 다만 근시에서의 사상판 변형은 독특하다. 근시는 눈의 공막이 늘어나는 것인데 이 공막의 연결부위가 사상판이다. 공막이 늘어나면 사상판도 늘어난다. 당연히 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근시로 인한 녹내장의 경우 40대에 녹내장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녹내장이 무서운 이유는 계속 악화된다는 점인데 진행이 멈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근시의 진행은 20세 이전에 끝나고 이로 인한 사상판 손상과 시신경 손상도 10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이미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가설을 처음 제안했다. 지금은 많은 의료진들이 공감하고 있다.

 

Q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근시 확률이 높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상 안압 녹내장 발병률이 높은 것과 연관이 있나.

 그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서양 쪽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 30~50%정도에 불과하다. 근시가 녹내장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근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전에도 한국과 일본 등에서 정상 안압 녹내장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원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Q   얼마 전 녹내장 진료비 급증과 관련해 과잉진료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불필요한 진료비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내장 과잉진료 논란은 녹내장 진행을 예측하지 못해 녹내장의증 환자에게 여러 검사와 약물 치료를 권하면서 나온 것이다. 사상판의 곡률을 보면 녹내장의 진행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치료를 진행할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지 결정하는데 사상판 검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Q   수년 내 필수국가감진에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등의 질환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연구가 검진 가이드라인 마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A   사상판 검사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안저촬영을 통해 녹내장의증 환자로 판명되면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상판 검사가 필요하다. 녹내장 진단 자체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녹내장 진단 후 의심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파급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Q   현재로서는 시신경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A   현재 기술로는 어렵지만 추후에 가능하다면 줄기세포가 답일 것이다. 현재는 줄기세포가 잘 자라지 않는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시신경이 회복되려면 눈에서 귀를 지나 뇌까지 신경이 자라야 하는데 거리가 상당히 멀다. 대략 15cm 정도는 자라야 한다. 현재는 쥐 실험에서 줄기세포로 신경을 2mm 자라게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가능한 날이 올 것이라 본다.

 

Q   수년간 녹내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계기가 있나.

 학자로서 특별히 녹내장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칠 때 은사님이 녹내장 연구를 해보라 권하셨고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한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다."
사진=헬스앤라이프

 

Q   향후 연구계획을 알려달라.

A   환자를 분류하려고 한다. 압력에 의한 손상의 경우가 있는 반면 사상판이 휘어있지 않으면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들을 위한 약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약을 만들 수 없는 실정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녹내장을 ‘정상 안압 녹내장’이라는 하나의 질병명 안에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할 때도 세부적인 분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의 효과가 없다고 나온다. 환자를 더욱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이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 외적으로는 안약 사용시간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 중이다. 녹내장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안압약을 잘 넣어야 하는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약을 시간에 맞춰 챙기기 쉽지 않다. 녹내장 치료에서 현재 당면해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시간마다 투약 알람을 주고 시그널을 보내서 약을 넣으면 체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벤처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Q   의사로서 의학자로서 목표는 무엇으로 삼고 있나.

A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해 일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분당서울대병원 같은 경우 헬스케어 혁신센터를 통해 기업들과 연결해서 계속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는 한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다.

 


ksh2@health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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